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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항쟁을 배경으로 하는 슬픈 역사를 소재의 소설이 한국계 작가가 아닌 중국계 미국 작가가 썼다고 해서 굉장히 놀라웠다. 번역된 소설을 읽어면서, "우와 이정도까지 공부를 해서 소설을...." 했다. 대단한 정성과 노력이 아니면 불가능한 소설이다. 아픈 역사를 공부하고 다시 겪고 싶지 않다면, 꼭 한번 읽어야 할 책이다. 해녀들의 섬의 영문 원제는 "The Island of Sea Women"이다.
제주 4.3 항쟁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7년 7개월에 걸쳐 제주도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목호의 난과 함께 제주도 역대 최대의 참사 중 하나이며, 여순사건, 국민방위군 사건, 보도연맹 학살사건, 경산 코발트광산 학살사건, 거창 양민 학살사건, 대전 산내 골령골 학살 사건 등과 더불어 대한민국 제1공화국 시기에 민간인이 억울하게 학살되거나 희생된 대표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4·3이라는 명칭은 1948년 4월 3일에 발생했던 대규모 소요사태에서 유래하였다. 2003년 정부에서 발간한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에서는 이에 대해 ‘제주도의 특수한 여건과 3·1절 발포사건 이후 비롯된 경찰 및 서청과 제주도민과의 갈등, 그로 인해 빚어진 긴장상황을 남로당 제주도당이 5·10 단독선거 반대투쟁과 접목시켜 일으킨 사건’(165p)으로 판단하고 있다.
해방 이후 제주도는 일본에서 귀환한 인구의 실직난, 생필품 및 식량 부족, 콜레라의 유행 등으로 인하여 사회적으로 어려운 여건에 놓여 있었고, 미곡정책 등에서의 군정의 정책 실패는 군정에 대한 민심을 악화시켰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1947년 3·1절 집회 당시 경찰의 말에 아이가 치여 항의하러 모인 일반 시민에게 발포한 사건은 남로당 제주도당이 전개한 총파업을 초래하였다. 미군정은 총파업의 원인을 경찰 발포에 대한 도민의 반감 및 이를 이용한 남로당의 선동으로 분석하였으나, 사후 대응으로는 후자에 비중을 두어 서북청년회를 파견하여 강경한 검거작전을 전개했다. 조직이 노출된 남로당 제주도당은 1948년 4월 3일 ‘단독선거 반대’를 슬로건으로 경찰지서와 우익인사에 대한 습격을 자행하였고, 5·10 선거를 방해하여 무효화시켰다.
정부는 사태 진압을 위해 1948년 11월 17일 계엄령을 선포하고 중산간지역 전체에 대한 초토화작전을 실시하였다. 작전 결과 중산간 마을의 95% 이상이 소각되었고,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하였다. 동시에 해안 마을에서도 ‘북촌사건’과 같은 불법적인 처형이 이루어졌다. 무장대 역시 마을을 습격하여 민가를 불태우고 민간인에 대한 살해를 저질렀다. 6.25 전쟁 기간 동안에는 예비검속을 명목으로 많은 주민들이 체포되어 처형되었다. 1954년 9월 한라산의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이러한 유혈사태가 계속되었다. 2020년 발간된 「제주 4·3 추가진상보고서」에 의하면 2019년 12월까지 4·3위원회에 심의·결정된 희생자는 총 14,442명이었다. 사망자 중 78.7%는 토벌대에 의해, 15.7%는 무장대에 의해 발생하였으며, 희생자 중 20.9%는 여성, 14.5%는 15세 이하 아동과 60대 이상 노인층이었다. 특히 초토화작전 시기(1948.10.11 ~ 1949.3.1.)에 전체 희생자의 67.2%가 발생하였다(84-89p).
2003년 발간된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는 사태의 책임에 대해 군·경을 비롯하여 선거관리요원과 경찰 가족 등 민간인을 살해하고 지도부가 북한 정권 수립을 지지함으로써 유혈사태를 가속화시키는 계기를 제공한 남로당 제주도당 주도의 무장대, 4·3 이전부터 도민과 마찰을 일으키고 제주도청 총무국장 고문치사 사건 등을 자행한 서북청년회, 초토화작전을 통해 대부분의 희생을 발생시킨 군 지휘부 및 계엄령을 선포하고 강경진압을 지시한 이승만 대통령, 사건 발발과 진압과정에 관련된 미군정의 책임을 모두 지적하고 있다(536-539p). 결과적으로 제주도민들을 상대로 각 정치 집단들이 대부분 학살에 가담하거나 방관, 조장하였기 때문에 그 누구도 책임에 있어 자유롭지 못한 비극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리사 시의 『해녀들의 섬』은 여성이 생계를 이끌었던 제주의 모계 사회에서 딸로서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희생을 자처해야 했지만 여성의 강인함을 잃지 않았던 해녀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또한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도 바다와 함께하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꽃피어나는 그들의 우정과 유머와 용기를 엿볼 수 있으며, 무엇보다 소설은 세월의 비밀을 간직한 채 용서의 진정한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1938~2008년까지 한국의 근현대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가운데 4.3사건과 같은 비극적인 역사가 소설 속 인물들 이야기와 맞물려 긴박하게 전개되며 씻김굿, 혼례식, 장례 절차와 같은 제주도 특유의 전통 풍속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일제 강점기부터 625 전쟁, 4 3 사태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제주 해녀의 파란만장한 삶의 역사를 살펴볼수 있는 소설이에요. 우리가 알고 있는 검은 해녀복 이전에, 하얀 면 적삼으로 된 해녀복을 입고 모계사회였던 제주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가정을 이루고 지켜냈는지, 옛날에 어떤 방식으로 그룹을 지어 어떻게 물질을 했는지, 제주만의 특수한 미신, 혼례, 장례 문화까지 자세히 다 나와요. 우리가 잘 몰랐던 해녀들의 역사를 미국인 작가(할아버지가 중국인인가 그래서 아시안 문화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주로 써요) 가 이만큼 리서치를 해서 이야기를 쓸수 있었나 정말 놀랐어요. 계기는 비행기에 앉아서 아무생각없이 펼쳤던 여행잡지에 실린 한장의 해녀 사진이었대요. 그걸 보고 흥미가 생겨 찢어서 가져갔다가, 통역가와 제주도에 들어가 오랫동안 인터뷰를 하면서 이야기를 구성했다고 하더라고요. 굉장히 사실적이면서 묘사가 자세하고, 그 역사의 소용돌이 안에서 벌어진 사랑과 이해와 용서에 대한 소설이에요. 처음엔 제주 방언이 익숙하지가 않은데다 시대가 앞뒤로 왔다갔다해서 읽기가 좀 힘든데, 초반 부분 지나가고 속도가 좀 붙기 시작하면 정말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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